노안 수술

ABC안과 배훈

 

젊게 살아도 생물학적 나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. 노안이 그렇다. 아무리 건강하고 체력적으로 왕성해도 40대 중반이면 노안이 찾아온다. 불청객처럼. 아이러니하게도 10~20대 때 시력이 좋았던 사람일수록 노안이 빨리 온다. 시력이 좋던 사람이 갑자기 노안이 오면 당황스럽다. 안경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돋보기 끼는 것을 더 불편하게 느낀다.

최근 스마트폰 등의 보급으로 근거리 시력에 대한 중요성은 더 증가했다. 과거 휴대폰은 전화 걸고 문자 보내는 용도였다. 지금 스마트폰은 다용도다. 신문 뉴스 보고, 음악 듣고, 업무도 처리한다. PC를 50~70㎝에서 봤다면, 스마트폰은 20~40㎝ 거리에서 보기 때문에 근거리 시력이 더 중요하게 됐다. 노안은 가까울수록 더 안 보이기 때문에 PC를 볼 때 못 느낀 불편함을 스마트폰을 볼 때 더 느끼게 된다.

IT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의술도 급속도로 향상되고 있다. 노안 치료의 대표적인 방법이 백내장 수술과 동시에 하게 되는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이다. 노안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각막 내 삽입술, 노안 라식 등도 있다. 이들 방법은 추후 백내장이 생기면 또다시 수술해야 하지만, 인공수정체 삽입술은 한 번에 반영구적인 효과를 얻는 장점이 있다.한마디로 다초점 렌즈를 눈 안에 삽입해 원거리, 근거리 모두 잘 보이게 하는 수술이다. 최근 다초점 렌즈의 발전은 현저해 3~5년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아졌다.

크게 나누면 굴절형 렌즈와 회절형 렌즈로 나눌 수 있다.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굴절형 렌즈는 원거리는 잘 보이지만, 근거리는 상대적으로 좀 못 할 수 있고 야간 달무리와 빛 번짐이 생길 수 있다. 회절형 렌즈는 근거리는 비교적 잘 보이지만, 원거리는 좀 못하고, 빛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감소해 침침한 느낌이 더 심하다. 이러한 단점을 조금씩 극복해 개량된 렌즈도 있다. 생각보다 노안 해결 방법은 다양해졌다. 세밀한 검사와 충분한 상담, 본인 눈에 맞는 좋은 인공수정체 선택이 꼭 필요하다.

나이 들어서도 쇼핑 가서 가격표 보고 카톡 잔글씨를 맨눈으로 잘 볼 수 있다면, 이 얼마나 큰 '생활의 질' 향상인가.

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. 자신의 잘못은 밝은 눈을 가진 것처럼 잘 보고, 남의 허물은 노안처럼 못 본 척 이해해 주는 너그러움이 나이 들어감의 지혜이지 않을까.